은, 2분기 급락에도 “구조적 강세는 그대로” — 스프로트 Paul Wong 분석

국제 금은 시장 분석기관 스프로트(Sprott Inc)의 매니징 파트너 겸 시장 전략가 Paul Wong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은 시장이 공급적자·산업수요 확대·화폐적 수요 증가·실물시장 타이트라는 네 가지 구조적 요인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향후 다양한 경로로 가격 상승 여력이 열려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2분기 은 가격이 22%가 넘는 급락을 기록하며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린 직후 나온 분석이라 더욱 주목됩니다.

스프로트 보고서를 바탕으로 은의 상승 여력이 열렸다는 내용을 강조한 썸네일. 오른쪽에는 실버바와 은화, 상승 차트가 배치되어 있으며 공급적자, 산업수요, 화폐수요, 실물시장 타이트를 핵심 요인으로 표현했다.

2분기 은, 코로나 패닉 이후 최악의 낙폭

보고서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은 가격은 2011년 9월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2분기(4~6월) 전체로 보면 은은 온스당 16.57달러, 비율로는 -22.04% 하락하며 2020년 1분기 코로나 패닉 매도 이후 최악의 분기를 보냈습니다.

이번 급락의 원인으로는 금 시장과 동일한 거시적 압력이 꼽혔습니다.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던 연준의 단기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가 금과 은을 동시에 끌어내렸고, 은은 주요 지지선들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며 거의 폭포수 같은 패턴을 그렸습니다. 이런 가격 움직임은 투자자들의 항복성 매도(capitulation) 심리를 시사한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이번 급락이 은의 장기 강세 구조를 훼손한 것은 아니라는 시각입니다. “최근의 극심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단위로 보면 은 차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강세적인 차트 패턴 중 하나로 남아있다”는 설명입니다. 최근 수주간의 가격 움직임은 은이 귀금속 시장에서 가장 변동성이 큰 자산 중 하나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것일 뿐, 공급 제약과 수요 확대라는 장기 펀더멘털은 그대로라는 진단입니다.

7~8년째 이어지는 공급적자, 앞으로도 7~8년 더

보고서가 가장 강조하는 대목은 은 시장의 구조적 공급 부족입니다. 은 시장은 여러 해에 걸쳐 지속적인 구조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연간 공급 부족분이 재고를 꾸준히 갉아먹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원자재와 달리 중기 공급 전망을 크게 바꿀 만한 대형 신규 광산 프로젝트가 거의 없어,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공급은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인 구조라는 점이 짚어졌습니다.

키트코와의 인터뷰에서는 이 적자 국면의 지속 기간에 대해 구체적인 전망이 나왔습니다. “현재 7~8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7~8년은 더 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번 급격한 가격 조정은 투자심리를 악화시켰을 뿐, 구조적 강세 논리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는 것이 스프로트의 시각입니다.

태양광부터 방산까지, 다각화되는 산업수요

은 수요를 뒷받침하는 장기 성장 트렌드로는 태양광 패널 제조, 전기화, 전기차, AI 인프라,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폭넓은 기술 응용 분야가 꼽혔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은의 전도성과 전략적 가치가 방산 공급망 전반에서 재조명되며 군수용 소비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이런 최종 수요처 상당수는 여전히 견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입니다.

과열됐던 옵션시장, 이제는 정상 범위로

은의 포물선형 급등 국면에서는 옵션시장의 대규모 베팅이 큰 역할을 했고, 이후 이 포지션들이 청산되는 과정이 가격 급락을 더 증폭시켰다는 분석입니다. “이 미친 옵션 포지션들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은이 단기적으로 원자재라기보다 밈주식에 가깝게 움직인다”면서도, 결국에는 이런 옵션 투기 세력이 정리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실제로 최근 이 정리 작업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평가입니다. 콜옵션 미결제약정을 표준편차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한때 평균 대비 4~5 표준편차까지 치솟았던 수치가, 현재는 평균에 가까운 수준으로 되돌아왔습니다.

화폐적 수요도 금과 함께 확대

투자자들은 대체로 금을 대표적인 화폐적 금속으로 여기지만, 은 역시 역사적으로 통화 가치 하락과 통화 불확실성 국면에서 함께 움직여왔다는 설명입니다. 지금 같은 환경에서 은은 대체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매력을 키워가고 있으며, 사실상 금 시장을 뒷받침하는 것과 동일한 테마를 더 높은 베타로 반영하는 자산이라는 평가입니다.

실물시장 여건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합니다. 실물 재고의 타이트함과 지속적인 인도 압박은 가용 공급 대비 실물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시각을 뒷받침하며, 더 많은 실물이 아시아 시장으로 흘러가고 실물 보유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시간이 지나면서 종이시장(선물)의 가격 결정력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급락은 이례적 현상이 아니다

은의 극적인 가격 움직임 자체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됐습니다. “은은 상대적으로 작고 유동성이 낮은 시장 특성 때문에 금보다 훨씬 큰 변동성을 보여왔다”며, 급격한 하락은 은 강세장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특징이지 펀더멘털이 무너졌다는 증거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은의 가장 강력한 상승 국면 중 일부는 극심한 변동성과 투자자들의 좌절이 이어진 직후에 나타났다는 점도 함께 짚어졌습니다.

금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인 화폐적 수요 증가와 함께 가격 하단이 점차 높아져 온 것처럼, 은 역시 필수 산업용 수요와 그 자체의 화폐적 수요가 사진 필름, 은식기, 일부 주얼리 같은 상대적으로 덜 필수적인 용도를 서서히 밀어내면서 같은 방식으로 가격 하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필수 투입재 비중이 커질수록, 그만큼 가격의 비탄력성도 함께 커진다”는 설명입니다.

결론: 단기 조정과 장기 상승 논리는 별개

스프로트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은의 장기 가격 전망을 매우 긍정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지속되는 공급적자, 확대되는 산업수요, 커지는 화폐적 중요성, 타이트한 실물시장 여건이라는 은만의 독특한 조합이 향후 가격 상승을 위한 여러 경로를 동시에 열어두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결국 이번 2분기 급락은 과열된 포지션이 청산되는 단기 조정 국면으로, 은을 둘러싼 구조적 강세 논리 자체를 훼손한 사건은 아니라는 것이 스프로트의 시각입니다. 실물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공급·수요 구조라는 큰 그림을 함께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